[신상익원장] 척추 압박골절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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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압박골절을 조심하세요. 골다공증 치료 하셨나요?

가을이 깊어 가는 이때는 농촌에선 1년 농사의 수확을 마무리하느라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낸다. 애지중지 돌 봐온 농작물을 거둬들이며, 수확의 기쁨을 즐길 만도 한데, 이제는 몸이 말썽을 부린다. 우리네 어머님들은 몸에 밴 부지런함에, 돌볼 겨를 없이 일하느라 허리 한번 쉬이 펴지 못하였고, 세월의 무게를 견디다 못한 허리는 갑자기 비명을 질러 댄다.

 

 

 

이맘때면 비슷비슷한 환자들로 병원이 북적거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어머님께서 따님 손에 이끌려 겨우겨우 진료실로 들어오셨다. 휠체어에 겨우 의지하는 모습이 통증이 심해 보인다. 견디다 견디다 못해 연락하신 모양이다. 어머님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따님에겐 걱정과 원망이 겹쳐 있다. 이런 환자분들은 다들 약속이나 하신 냥 비슷비슷하시다. 아픈지 한 달 정도는 되신 거다. 자식들에게 폐 끼칠까 두려워, 나름대로 약으로, 찜질로, 침 치료로 버텨보려 하지만, 너무 통증이 심해 몇 번이나 망설이다 결국 연락하신 듯하다.


 


 


 진료실에서는 의례적인 진찰이 시작된다. “어디가 아프세요?” “안 아파…” 잠시 당황스러운 침묵이 흐르고, 따님이 말을 받는다. “허리를 많이 아파하세요. 돌아눕지도 못하고, 갑자기 더 그러시네요.” 역시나, 짐작했던 대로다. 다시 찬찬히 여쭈어보면 그제서야 하나, 둘 말씀하신다. “허리가 별안간 아파. 앉기도 어렵고, 자고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어. 화장실도 못 가겠어.” “다치셨나요? 아니면, 무거운 물건 드셨어요?” 뭐가 또 미안하신지, 의사인 내가 아닌 따님을 보면서 말씀하신다. “다친 적 없어. 무거운 건 들지도 않고. 그냥 별안간 그래.” 정작 중요한 말은 그 뒤에 얼버무리듯이 덧붙인다. “밭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다가, 조그만 소쿠리 하나 들었어.”
숙여서 일 좀 했다고, 그네들의 힘으로 들 수 있는 무게야 뻔할 진데, 그거 들었다고 허리에 문제가 생길 리는 없다. 젊고 건강한 허리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네들의 허리는 겨우 버티고 서기도 힘드셨던 거다. 평생 돌보지 않고 일하느라 허리 근육은 말라버렸고, 세월의 흐름에 허리뼈는 텅텅 비어버린 거다. 그 작은 힘을 견디지 못하고 척추뼈가 내려 앉아버렸다.

 


어머님을 눕히고 허리를 톡톡 두드려 본다. ‘악!’ 갑자기 자지러진다. 살짝 톡톡 두드렸는데도… “어머님은 척추 골절일 가능성이 높아요. 먼저 엑스레이 찍어볼게요.” 순간 진료실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척추골절’이라는 말의 무게가 이토록 무거운 것이리라. 말이 없는 따님은 ‘골절? 하반신 마비?’ 와 같은 심각한 상황을 떠올리고 있을 거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역시나 척추 골절 소견이 보인다. 하나가 아닌 여럿이 주저앉아 있다. 그중 일부는 지나가버린 세월의 흔적일 테고, 어느 한 녀석이 지금의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거다.  ‘척추 급성 압박골절’ 주저앉은 여러 척추 가운데, 지금 통증을 일으키는 녀석을 찾아내어 치료해야 한다. 정밀검사, MRI검사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린다.

 


MRI 검사가 끝나고, 흉추 12번 급성 압박골절 소견이 보인다. 다른 녀석들은 골절이 지나간 후 아물어 버린 흔적이었다. 지금부터 알아듣기 어려운 의사의 설명이 정신없이 계속된다. 하지만, 어머님과 따님의 머릿속에는 ‘골절.. 척추골절…”이 말만이 계속 맴돈다. 일단 안심시켜드리는 것이 먼저다. “골절은 골절인데, 마비 같은 심각한 합병증은 오지 않아요. 치료도 아주 어렵지는 않습니다.”
고령 환자의 압박골절은 큰 외상으로 발생하는 심한 외상성 골절과는 매우 다르다. 보통 골절이라 하면, 나무젓가락 부러지듯이, 뼈가 부러져 어긋나거나 조각나는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척추뼈의 골절은 양상이 좀 다르다. 빈 콜라 캔이 찌그러지듯이 주저앉아 버리는 형태로 골절이 발생한다. 치료도 여타 골절과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골절의 정복 및 고정이라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즉, 어긋난 것을 맞추고, 맞춘 것이 유지되도록 금속 고정물을 삽입한다. 하지만 척추 압박골절의 경우, 찌그러짐의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보조기를 착용하고, 침상안정으로 하면서, 약물을 통해 통증을 조절한다.


 
하지만 통증 호전이 없거나, 압박 정도가 진행하는 경우, 조기 거동이 필요한 고령의 환자에게는 간단한 시술을 통해 통증을 극적으로 호전 시킬 수 있다. ‘척추성형술(Vertebroplasty)’을 시행하게 된다. 가느다란 주삿바늘(볼펜 심 두께)을 삽입한 후, 의료용 골시멘트를 주입하여 골절된 척추를 안정화 시켜준다. 시술에 걸리는 시간은 15분 정도이며, 국소마취만 시행한다. 전신상태가 고령의 환자분께도 시술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압박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후만 성형술(Kyphoplasty)를 시행하는데, 척추체에 풍선을 넣어 압박을 복원시킨 후에 골시멘트를 주입하게 된다.
어머님은 시술을 받으셨고, 통증이 많이 좋아지셔서 바로 거동하기 괜찮다면서 퇴원하셨다. 하지만, 어머님의 진짜 치료는 지금부터다. 그리 무거운 것도 아닌데, 척추뼈가 주저앉게 된 원흉은 골다공증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뼈가 텅텅 비어버려, 골미세구조가 소실되어 버린 거다. 단단해야 할 뼈가 금간 유리잔처럼 약해져 버리는 거다. 이 텅 빈 뼈 속에 다시 뼈를 채워 넣어야, 앞으로 또 발생할지 모르는 추가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 최근 골다공증 치료제는 매우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다. 예전 골다공증 치료제(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보다 효과가 좀 더 우수한 생물학적제제(Denosumab) 또는 골 형성을 촉진하는 호르몬 제제(Teriparatide) 등 여러 새로운 약제가 우수성을 인정받고 사용되고 있다. 골다공증을 치료하는 것이 우리 어머님들이 앞으로 이런 고통을 겪지 않도록 예방하는데 가장 중요한 치료다. 지금이라도 가까운 병원, 보건소에서 골다공증 검사를 시행한 후, 하루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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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2017.10] 갱년기 여성, 노년층 노리는 '척추 압박골절' 골다공증 확인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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